중계무역 건을 맡으면 거의 예외 없이 나오는 요청이 "Switch B/L로 처리해 주세요"입니다. 그런데 요청서를 열어 보면 바꿔 달라는 항목이 제각각입니다. 송하인만 바꿔 달라는 건이 있고, 선적항까지 바꿔 달라는 건이 있습니다.
선하증권에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는 상법에 열두 가지로 정해져 있습니다. 이 열두 칸을 놓고 보면 바꿀 수 있는 칸과 손댈 수 없는 칸이 꽤 선명하게 갈립니다. 요청을 받는 쪽에서 가부를 가르는 기준도 사실 이 구분입니다.

Switch B/L은 정정이 아니라 재발행입니다
먼저 용어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현장에서 세 가지가 자주 섞여 쓰입니다.
| 구분 | 무엇을 하나 | 증권 번호 | 원본 처리 |
|---|---|---|---|
| B/L 정정 | 같은 증권의 오기를 고침 | 그대로 | 발행 전이면 불필요, 발행 후면 회수 후 재교부 |
| 서렌더(Surrender) | 원본 유통을 생략하고 도착지에 인도 지시 | 그대로 | 발행지에서 전통 회수 |
| Switch B/L | 기존 증권을 회수하고 새 증권을 다시 발행 | 새로 부여 | 기존 원본 전통 회수가 전제 |
정정은 잘못 적힌 것을 바로잡는 행위입니다. 서렌더는 권리자를 바꾸지 않고 원본을 돌리는 절차만 생략합니다. 반면 Switch B/L은 증권 자체를 새로 냅니다. 발행지도 대개 최초 발행지가 아닌 제3의 장소가 됩니다. 처리하는 입장에서는 완전히 다른 건으로 잡히기 때문에, 요청 메일에 "정정 좀"이라고만 적혀 있으면 가장 먼저 되묻게 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상법 제853조 열두 칸, 바꿀 수 있는 칸과 없는 칸
상법 제853조 제1항은 선하증권에 적어야 할 사항을 열두 가지로 열거하고 운송인이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열두 가지를 성격으로 나누면 운항 사실을 적는 칸과 거래 당사자를 적는 칸으로 갈립니다.
| 호 | 기재사항 | 성격 | 스위치 시 |
|---|---|---|---|
| 1 | 선박의 명칭·국적 및 톤수 | 운항 사실 | 변경 불가 |
| 2 | 운송물의 종류, 중량 또는 용적, 포장의 종별, 개수와 기호 | 운송물 사실 | 변경 불가 |
| 3 | 운송물의 외관상태 | 운송물 사실 | 변경 불가 |
| 4 | 용선자 또는 송하인의 성명·상호 | 거래 당사자 | 변경 가능 |
| 5 | 수하인 또는 통지수령인의 성명·상호 | 거래 당사자 | 변경 가능 |
| 6 | 선적항 | 운항 사실 | 변경 불가 |
| 7 | 양륙항 | 운항 사실 | 변경 불가 |
| 8 | 운임 | 거래 조건 | 표기 방식 조정 가능 |
| 9 | 발행지와 발행연월일 | 발행 행위 | 발행지 변경이 스위치의 본질 |
| 10 | 수통을 발행한 때에는 그 수 | 발행 행위 | 새로 정함 |
| 11 | 운송인의 성명 또는 상호 | 발행 주체 | 발행 주체가 바뀌면 함께 바뀜 |
| 12 | 운송인의 주된 영업소 소재지 | 발행 주체 | 11호를 따라감 |
여기서 가장 많이 어긋나는 것이 6호 선적항입니다. 공급처를 감추려는 목적으로 스위치를 요청하면서 선적항까지 지워 달라거나 다른 항구로 적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선적항은 실제로 본선에 실린 장소라서 증권이 증명하는 사실 그 자체입니다. 이것을 바꾸면 그 증권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담게 됩니다.
그래서 스위치로 실제 가려지는 것은 누가 팔았는가이지 어디서 실었는가가 아닙니다. 최종 구매자는 선적항을 보고 생산국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진행하면 스위치를 마친 뒤에도 원하던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선사에 스위치를 요청하면 왜 대부분 막히나
요청을 받는 쪽의 구조를 알면 진행 속도가 달라집니다.
선사가 발행한 Master B/L은 선사 시스템 안에서 부킹 번호, 본선·항차, 컨테이너 번호, 씰 번호, 터미널 반입 기록, 적하목록과 한 덩어리로 묶여 있습니다. 증권 한 장만 따로 떼어 새로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그래서 Master 레벨에서 스위치 요청이 들어오면 데스크에서는 이것을 스위치가 아니라 송하인·수하인 변경 요청으로 바꿔 접수하고, 선적항이나 본선 관련 항목이 섞여 있으면 그 부분만 떼어 거절하는 흐름으로 갑니다.
실무에서 스위치가 실제로 이뤄지는 곳은 대부분 포워더가 발행하는 House B/L 레벨입니다. House는 포워더가 자기 이름으로 낸 증권이므로 회수와 재발행을 자기 책임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선적지 포워더와 발행지 포워더가 본지점이나 파트너 관계로 묶여 있어야 원본 회수가 실제로 굴러간다는 점도 여기서 나옵니다.
담당자가 자체 판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범위와 상위 승인이 필요한 지점도 갈립니다. 원본이 아직 발행되지 않았고 출항 전이며 바뀌는 항목이 통지처 정도라면 접수 단계에서 정리됩니다. 반대로 원본이 이미 나갔거나, 수하인이 바뀌거나, 결제조건이 신용장인 건은 문서 담당을 거쳐 승인 라인을 타게 됩니다. 요청이 늦어지는 이유 대부분이 이 승인 구간에 걸려 있습니다.
원본을 다 걷지 않고 발행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
스위치의 전제는 기존 원본 전통 회수입니다. 이것이 관행이 아니라 권리 문제인 이유가 있습니다.
상법 제861조는 화물상환증에 관한 제129조를 선하증권에 준용합니다. 제129조는 증권을 작성한 경우 이와 상환하지 아니하면 운송물의 인도를 청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유효한 원본 두 세트가 동시에 돌아다니면, 인도를 청구할 권원을 가진 소지인이 둘 생긴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상법 제854조 제2항이 더해집니다. 선하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소지인에 대해서는 운송인이 증권에 기재된 대로 운송물을 수령 또는 선적한 것으로 보고 기재된 바에 따라 책임을 진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사실과 다르게 적힌 증권이라도 그것을 모르고 취득한 제3자에게는 적힌 대로 효력이 미칩니다.
회수가 어려우니 보증서(L/I)를 받고 먼저 내달라는 요청이 따라 나옵니다. L/I는 요청자와 발행자 사이의 약정입니다. 증권을 선의로 취득한 제3자에게 "우리끼리 보증서를 썼다"고 주장할 수 있는 성질의 문서가 아닙니다. 회수 없이 발행한 뒤 문제가 생기면 보증서가 있어도 운송인이 먼저 물리게 되는 구조가 여기서 나옵니다.
가정해 보는 진행 순서
중계업자 A(한국)가 공급자 B(중국)에게서 사서 바이어 C(일본)에게 파는 건을 가정해 봅니다. 화물은 상하이에서 도쿄로 직항하고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습니다.
B는 상하이에서 포워더로부터 House B/L을 받습니다. 송하인 B, 수하인 A로 적혀 있습니다. A는 한국 포워더에게 스위치를 요청합니다. 송하인을 A로, 수하인을 C로 바꾸고 발행지를 서울로 하는 새 증권입니다.
이때 그대로 가는 항목은 본선명과 항차, 선적항 SHANGHAI, 양륙항 TOKYO, 컨테이너·씰 번호, 중량과 개수입니다. 바뀌는 항목은 송하인, 수하인, 통지처, 운임 표기, 발행지입니다. C가 받은 증권에는 선적항이 상하이로 남아 있습니다.
진행이 막힌다면 대개 원본 회수 구간입니다. B가 대금을 다 받지 못했다며 원본 일부를 쥐고 있으면, 회수가 끝날 때까지 새 증권은 나오지 않습니다. A 입장에서는 서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제 문제입니다. 이 구간을 먼저 정리하지 않고 발행을 재촉하면 회신 대신 회수 현황을 묻는 메일이 먼저 돌아옵니다.
한국에서 실은 화물을 스위치하는 건이라면 변수가 하나 더 붙습니다. 수출신고필증의 수출자와 증권의 송하인이 달라지므로, 은행 네고와 사후 확인 단계에서 설명이 필요해집니다. 화물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건이라면 적하목록상 수하인과 증권상 수하인이 어긋나 적하목록 정정으로 이어집니다.

요청 메일에 함께 넣어야 정체되지 않는 항목
스위치 요청이 한 번에 처리되는 건과 되묻는 메일이 오가는 건의 차이는 거의 정보량입니다. 아래 항목이 처음부터 들어 있으면 접수 단계에서 가부가 갈립니다.
Switch B/L 요청 전 확인 목록
□ 최초 발행 B/L 번호와 발행처
□ 원본 발행 통수, 회수 예정 통수, 회수 완료 시점
□ 바꾸려는 항목 — 송하인 / 수하인 / 통지처 / 운임 표기 / 발행지
□ 그대로 가는 항목 확인 — 본선·항차 / 선적항 / 양륙항 / 컨테이너·씰 번호 / 중량·개수
□ 새 증권의 발행지와 발행일, 본선적재일과의 관계
□ 원본 회수 전 발행을 요구하는 건인지 여부
□ 결제조건, 신용장 건이면 스위치 후 서류가 신용장 조건과 맞는지
□ 도착지 통관에서 요구되는 수하인 정보
□ House 발행인지 Master 발행인지
메일 본문은 길게 쓸 필요가 없습니다. "기존 B/L 번호 ○○, 원본 ○통 전통 회수 후 서울 발행 조건으로 송하인·수하인 변경 요청드립니다. 본선·선적항·양륙항·컨테이너 정보는 기존과 동일합니다." 정도면 접수 담당이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스위치 부탁드립니다" 한 줄이면 회수 통수를 묻는 메일이 먼저 나갑니다.
2026.09.12 - [선적 서류] - B/L은 언제 발행되나 — 서류를 넘겼는데 왜 바로 안 나오나
B/L은 언제 발행되나 — 서류를 넘겼는데 왜 바로 안 나오나
수출 담당자가 가장 자주 재촉하는 것이 선하증권입니다. 서류를 다 넘겼는데 왜 아직 안 나오냐는 연락이 출항 당일부터 들어옵니다.이유는 발행 조건이 서류 제출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
logisticsinsight.co.kr
바꾸는 것은 서류가 아니라 책임의 위치입니다
Switch B/L을 서류 한 장을 다시 뽑는 일로 보면 왜 이렇게 까다로운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증권을 새로 낸다는 것은 그 증권에 적힌 대로 인도 의무를 지는 주체가 새로 생긴다는 뜻이고, 회수가 덜 끝난 상태에서 발행하면 그 의무를 이중으로 지게 됩니다.
그래서 진행 가부를 가르는 질문은 언제나 두 개로 좁혀집니다. 바꾸려는 칸이 운항 사실인가 거래 당사자인가, 그리고 기존 원본은 전부 걷혔는가. 이 둘만 먼저 정리해서 보내면 나머지는 대개 하루 안에 정리됩니다.
인용 근거
- 상법 [시행 2026. 9. 10.] [법률 제21044호, 2025. 9. 9., 일부개정] 제852조(선하증권의 발행), 제853조(선하증권의 기재사항), 제854조(선하증권 기재의 효력), 제861조(준용규정), 제129조(화물상환증의 상환증권성)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년 9월 16일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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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내용은 확인 시점의 법령을 그대로 옮긴 것이지만, 스위치 발행의 실제 수용 범위는 운송인과 발행 포워더의 내부 기준, 그리고 해당 건의 결제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진행 전에 발행처의 조건을 문서로 받아 두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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