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주요 해운사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 가지 선종(배의 종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탱커, LNG운반선… 각각 다른 운임 구조와 수익성을 가진 선종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운영할 것인가가 지금 한국 해운업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HMM과 팬오션, 두 대표 해운사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선종별로 다른 운임 구조, 왜 문제인가
해운업은 변동성의 산업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선종마다 영향을 받는 요인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컨테이너선은 미국·유럽의 소비 심리와 선복 공급량에 좌우되어, 경기가 둔화되면 수입이 줄어 운임이 폭락합니다(2020년 코로나 이후 2021년 수에즈 봉쇄로 급등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벌크선은 중국의 철광석 수요와 글로벌 곡물 물동량에 좌우되고, 탱커·LNG선은 원유 수송 수요와 중동 정세에 좌우됩니다.
문제는 이 요인들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미국 경기가 침체되면서 동시에 중국 경기도 침체되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매출이 함께 떨어져 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지만, 반대로 두 지역이 동시에 호황이면 두 회사 모두 좋은 실적을 냅니다. 글로벌 경제가 이렇게 정확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한 선종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리스크가 큽니다.

---
HMM의 전략: 컨테이너 중심에서 벌크 다변화로
HMM의 변화는 숫자로 확인됩니다. 벌크 선대 규모는 2025년 3월 44척에서 2026년 5월 61척(+38.6%)으로 늘었고, 2030년 목표는 110척입니다. 2026년 7월에는 벌크선 8척과 가스선 2척, 총 10척을 신규 발주했으며 투자액은 1조 6,641억원입니다.
벌크선은 HMM 같은 컨테이너 중심 회사에게 안정성을 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컨테이너선은 시황에 따라 운임이 급등락해 영업이익 변동성이 크지만, 벌크선은 장기 계약 비중이 높을 수 있어 운임 변동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고 중국의 지속적인 철광석·곡물 수요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벌크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2024년 3.8%에서 2026년 1분기 30.8%로 늘었고, HMM 전체 영업이익률은 유류비 상승 등 악재에도 9.9%로 글로벌 주요 선사 중 3위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팬오션의 전략: 벌크 중심에서 고수익 선종 확충
팬오션은 이미 벌크선 비중이 82%인 회사로,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2026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7척(1조 3,445억원)을 신규 발주했고, SK해운으로부터 중고 VLCC 10척을 인수해 총 19척을 보유하게 됐습니다. LNG 운반선은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6년 1분기 기준으로 보면 벌크선은 물동량이 많아 매출은 크지만 영업이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VLCC는 매출이 벌크의 10분의 1 수준이면서도 영업이익은 281억원(벌크의 절반 수준)으로 이익률이 훨씬 높고, LNG선 영업이익도 472억원(전년 동기 대비 +49.7%)으로 높은 수익성을 보였습니다. 팬오션의 논리는 "벌크로 이미 안정성을 확보했으니, 이제는 고수익 선종으로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입니다.
장기계약: 운임 변동성 완충의 최강 도구
선대 재편과 함께 장기계약 비중 확대도 눈에 띕니다. HMM은 브라질 발레와 10년 장기 계약(1조 660억원)을 맺어 광산에서 항구까지 안정적인 철광석 운송을 확보했고, 추가로 25년짜리 전용선 계약도 추진 중입니다. 철광석 운임이 오르내려도 계약 가격이 유지되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생기는 구조입니다.
팬오션은 매출 기준 장기계약 비중이 40%,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70%에 달합니다. 2026년에는 SK에너지·SK인천석유화학과 20년 원유 운송계약(2조 4,712억원)을 새로 맺었습니다. 영업이익의 70%가 이미 정해진 가격으로 확보되어 있다는 뜻으로, 운임 변동에 영향을 최소화하는 구조입니다.

선대 재편이 의미하는 것
한국 해운사들의 움직임은 단순한 한국만의 전략이 아니라 글로벌 해운산업의 구조 변화를 반영합니다. 과거에는 HMM은 컨테이너, 팬오션은 벌크로 각각 특화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두 회사 모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고, 앞으로는 선종 다변화와 장기계약 비중 증가가 기업의 생존 능력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중동 분쟁 장기화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경로가 불안정해지면 우회항로(케이프 오브 굿호프) 이용이 늘어 선박 운용 일수가 증가하고, 이는 탱커·LNG선 수요 증가로 이어져 팬오션 같은 탱커·LNG 회사에는 호재가 됩니다. 동시에 긴장이 유가 불안정으로 이어지면 모든 선종의 운임 변동성이 커져,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필요성이 다시 커지는 구조입니다.
2분기 실적 전망
AI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 컨센서스에 따르면 HMM은 2025년 2분기 2,332억원에서 2026년 2분기 3,047억원(+30.7%), 팬오션은 2025년 2분기 1,230억원에서 2026년 2분기 1,513억원(+23.0%)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대 재편과 장기계약 확충의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선대 재편 뉴스가 나올 때마다 화주분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건 "내 화물 스케줄에 영향이 있냐"는 점입니다. 전략 자체보다 실제 운항 스케줄 변경 여부를 먼저 확인해서 안내하는 게 현장에서는 더 중요합니다.
해운사가 생존하는 방법은 이제 "크기"가 아니라 "유연성"입니다. 한국 해운사들이 보여주는 선대 재편은 그 유연성을 위한 첫걸음이며,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부분입니다.
Global Logistics Insight에서는 계속해서 해운과 물류의 변화를 기록하겠습니다.
자료 기준: AI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 컨센서스, 관련 업계 보도 종합
통계 확인일: 2026.8.24
작성자 해석: 여러 보도와 공시 자료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글로벌 공급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1주 만에 꺾인 해상운임, HMM·팬오션 2분기 실적은 오히려 '청신호' (0) | 2026.07.22 |
|---|---|
| 호르무즈 막히자 시리아가 뜬다 | 이란 전쟁이 바꾼 중동 에너지 물류 (0) | 2026.07.21 |
| 호르무즈 해협의 위기와 글로벌 물류의 미래 (0) | 2026.07.21 |
| 해운 운임이 왜 갑자기 올랐을까? | 미-중 관세 전쟁의 파장 (0) | 2026.07.20 |